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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들

by glo1 2026. 4. 3.

쓰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들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내밀하면서도,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퇴사 후 명함이라는 이름표가 사라지고 나면, 세상은 참 고요해집니다. 그 적막함 속에서 제가 가장 먼저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펜'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거창한 브랜딩을 목표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 안에 넘쳐나는 이 이름 모를 감정들을 어디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줄씩 적어 내려가다 보니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기록하지 않으면, 우리 삶의 눈부신 순간도, 아픈 성장통도 결국 연기처럼 흩어져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제가 글을 쓰며 발견한, 기록이 아니었다면 영영 잃어버렸을 소중한 존재들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쓰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들
쓰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들

1. 찰나의 진심, 기록하지 않으면 흩어질 내 마음의 조각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아침에 눈을 떠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온기,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을 보고 울컥했던 마음, 혹은 잠든 가족의 얼굴을 보며 느꼈던 형용할 수 없는 미안함과 사랑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런 감정들은 참 신기하게도 그 순간에는 세상에서 가장 진한 색깔을 띠고 있다가도, 돌아서면 금세 투명하게 휘발되어 버리곤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렇게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내 진심의 조각들을 정성스럽게 수집하는 과정입니다. "오늘 참 힘들었다"라고 뭉뚱그려 말하던 감정을 글로 옮기다 보면, 그 힘듦의 정체가 사실은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이었는지, 아니면 나를 충분히 돌보지 못한 미안함이었는지 선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글로 적지 않으면 내 마음은 그저 안개처럼 뿌연 덩어리로 남지만, 단어로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비로소 그 마음은 생명력을 얻고 내 곁에 존재하게 됩니다. 내가 나를 이해해주지 않으면 과연 누가 나를 알아줄까요? 저에게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내 마음을 안아주는 포옹과도 같았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감정은 망각의 영역으로 사라지지만, 기록된 감정은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내면의 기둥이 되어줍니다.

 

2. 아무도 몰라주는 나의 작은 역사를 기념하는 일


소위 경단녀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지내다 보면, 내가 보낸 시간들이 아무런 의미 없는 공백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남들은 승진을 하고 커리어를 쌓아갈 때, 나는 집 안이라는 좁은 세계에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일 일기를 쓰고 블로그에 글을 남기며 저는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하루도 결코 빈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깊게 책 내용을 이해하게 된 기쁨, 오늘 새로 시도해 본 작은 도전의 성공, 그리고 무너지지 않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은 나의 의지까지 말입니다. 이런 것들은 이력서에 적을 수도 없고, 남들이 박수쳐주는 대단한 성취도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글로 적어두는 순간, 이것들은 나의 위대한 작은 역사가 됩니다.

 

기록된 일상은 더 이상 흘러가 버리는 소모적인 시간이 아닙니다. 차곡차곡 쌓여 나라는 사람을 지탱해 주는 단단한 근거가 됩니다. "나 오늘 아무것도 안 했어"라고 자책하던 날도, 적어 내려가다 보면 "그래도 나 오늘 이만큼 생각하고 이만큼 느꼈구나"라며 스스로를 기특해하게 됩니다. 쓰지 않으면 증발했을 나의 모든 수고로움이, 글을 통해 비로소 의미 있는 삶의 궤적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역사는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나의 기록으로부터 시작됨을 믿습니다.

 

3. 나라는 브랜드의 뿌리, 고유한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


결국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것은 남들과 똑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나만의 언어를 갖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멋진 말을 빌려오기도 하고, 유명한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쓴 글은 왠지 모르게 내 옷 같지 않고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내 생각을 직접 고른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다 보니, 신기하게도 제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효율보다는 온기라는 단어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성공보다는 성장이라는 말을 더 소중히 여기는구나 하는 깨달음 말입니다. 이렇게 내가 고심해서 선택한 언어들이 모여 비로소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색깔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쓰지 않았다면 저는 영영 세상이 정해준 기준에 맞춰 저를 설명하려 애썼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내 글 속에 담긴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문장들이 바로 가장 강력한 나의 브랜드라는 것을 말입니다. 화려한 로고나 멋진 수식어보다 중요한 것은, 내 내면에서 길어 올린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쓰지 않으면 세상 그 누구도 나의 이야기를 대신 써줄 수 없습니다. 나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내 손으로 직접 나의 가치를 기록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망설이고 계시나요? "내가 쓴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혹은 "남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 때문에 말입니다. 하지만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이 오늘 적어 내려가는 그 한 줄이, 나중에 뒤돌아보았을 때 길을 잃은 당신을 안내할 유일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예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오늘 당신의 마음속을 스쳐 지나간 그 작은 진심 하나를 놓치지 말고 붙잡아 보시길 권합니다. 쓰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을 당신의 소중한 오늘을 위해, 지금 바로 펜을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써 내려갈 모든 기록의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